'변호사선임약정서' 의뢰인에 일방적 불리
'변호사선임약정서' 의뢰인에 일방적 불리
  • 기사출고 2004.11.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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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무효 심결 불공정 조항 그대로 사용약정서 작성해 교부하는 경우 34.8%에 불과
"착수금은 위임계약의 성립과 동시에 지급하고, 소의 취하, 상소의 취하, 화해, 당사자의 사망, 해임, 위임계약의 해제 등 기타 어떠한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변호사들이 사건 의뢰인과 위임계약을 맺을 때 작성하는 변호사사건위임약정서에 으례이 들어가는 이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999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공정한 조항으로 보아 무효라고 심결한 조항이다. 당시 공정위는 이의 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많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건을 맡을 때 작성하는 위임약정서엔 이 조항이 빠지지 않고 들어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11월9일 '변호사 사건위임약관 사용실태조사'를 발표하고, 99년 무효심결한 불공정 조항 5개항이 개별변호사들에 의해 그대로 또는 첨삭하여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착수금 불반환조항 외에도 ▲성공간주조항 ▲자료보관책임조항 ▲관할법원조항 ▲조정청구조항 등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은 "당사자의 사망 등 어떠한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착수금은 반환 청구할 수 없다"는 착수금 불반환조항은 '착수금 수령후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게 어려울 때 환급이 가능하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청구포기, 소 취하, 화해 등으로 사건이 종료된 경우에도 성공으로 보아 성공보수 최고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성공간주조항도 성공여부가 성공보수의 지급기준이 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2002년에서 2004년 6월 사이에 소비자보호원의 변호사 관련 상담자 30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소비자가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할 때 약정서조차 작성하지 않고 사건을 위임하는 응답자가 25.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성했더라도 교부받지 않은 응답자가 상당수에 이르러 전체적으로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하면서 약정서를 작성해 교부받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4.8%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조사대상 약정서 64개중 85.9%인 55개가 약정서의 양당사자중 의뢰인을 '본인'이라고 하고, 변호사를 '귀하'라고 표현해 약정서라기 보다는 각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소보원은 지적했다.

소보원에 따르면 의뢰인과 연대보증인만이 서명하도록 하고, 변호사는 서명날인 없이 "변호사 000귀하"라고 기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정서가 소비자의 의무사항은 자세하게 기재한 반면, 변호사의 의무사항은 소홀하게 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보원은 변호사와 의뢰인간의 공정한 거래내용을 규정한 표준약관을 제정하여 사용토록 해야 하며, 분쟁이 발생할 때의 처리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사건위임약정의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해 변호사법 등 관련 법규에 서면계약서의 작성 및 교부 의무를 명문화하고, 양당사자가 계약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소보원은 이같은 내용의 개선 방안을 법무부, 공정거래위, 대한변협 등에 건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