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AG 대회에서 확인한 한국변호사의 경쟁력
APRAG 대회에서 확인한 한국변호사의 경쟁력
  • 기사출고 2009.09.0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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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1~23일 사흘간 계속된 2009 APRAG 서울대회는 전 일정이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됐다. 발표자와 토론자는 물론 일반 참석자들도 플로어(floor) 한가운데에 마련된 마이크를 들고 직접 영어로 질문했다. 오찬 미팅을 진행하는 사회자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중재기관을 소개하는 국제중재계의 고위 인사들도 영어로 얘기하고, 영어로 설명했다. 통역은 없었다.

◇김진원 기자
요즘 법조, 법학계의 국제행사장에 가보면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역을 붙이는 게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 지난 5월22일 서울대 국제통상 · 거래법센터가 주관한 '투자협정중재의 최근 동향'이란 주제의 국제세미나도 통역 없이 영어로 진행됐다.

또 APRAG 대회의 본격 개막을 하루 앞둔 6월21일 코엑스에서 열린 'LCIA(런던국제중재법원) 심포지엄'에선 심포지엄에 참석한 약 100명의 국내외 변호사 등이 영어로 열띤 토론을 벌여 매우 인상 깊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하루 뒤인 22일 아침 LCIA 관계자 등이 참석한 조찬간담회도 영어로 발표하고, 영어로 질의응답이 오간 영어간담회로 이루어졌다.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에서 열린 국제행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두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 국제세미나들이다. 서울에서도, 최소한 법조, 법학계의 국제세미나장에선 영어가 더 이상 외국어가 아닌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변호사들은 유창한 영어구사를 앞세워 국제중재 등의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비단 영어구사 능력만 그럴까.

APRAG 서울대회에 참석한 국제중재계의 거물들은 한결같이 한국변호사, 한국로펌의 빠른 발전에 놀라워했다. 한국의 기자에게 인사치례로 하는 말이 아니라, 한국로펌의 전문성과 능력을 실감하는, 진지한 표현으로 들렸다.

한 외국 변호사는 "한국의 톱 로펌들은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외국에서도 유명하다"며, "마법의 공식(magic formula) 같은 것은 없지만, 한국에선 한국 로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국 로펌의 경쟁력을 평가했다. 또 다른 국제중재계의 인사는 "한국 로펌, 한국의 변호사들이 외국이란 개념을 벗어난 것 같다"며, "그들에게 국제사회는 외국사회가 아니라 똑같은 법조 커뮤니티일 뿐"이라고 고무적으로 이야기했다.

사실 대륙법계 나라의 변호사이면서 한국변호사만큼 영미법에 관한 소양을 갖춘 변호사도 드물 것이다. 한국의 많은 변호사들이 미국과 영국의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 영미 로펌의 실무를 경험하고 돌아오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변호사 등의 자격까지 갖추고 있으며, 외국에서 활약하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어렵기로 소문난 사법시험에 합격한 한국의 변호사들이 동서양을 아우르는 국제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PRAG 서울대회장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서울이 동북아 국제중재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회장을 가득 메운, 유창한 영어실력의 한국변호사들은 그 날이 멀지 않았음을 웅변하고 있었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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